문자 한 통이 온다. 택배 주소가 불완전하니 오늘 안에 링크를 눌러 보완하지 않으면 보낸 사람에게 반송된다는 내용이다. 마침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건을 기다리던 참이다. 링크는 택배 회사 주소처럼 보이고, 문장은 매끄럽고 오타도 없으며, 평소 받던 알림과 말투도 비슷하다. 회의 사이 짧은 틈이라 이 작은 일을 얼른 처리하고 싶다.
사기범이 기다리는 순간이 바로 이때다. 그동안 사기 문자를 가려내는 방법으로 배운 것은 허점을 찾는 일이었다. 오타, 어색한 말투, 이상한 주소. 이런 단서는 지금도 쓸모가 있지만 더는 판단을 떠받치지 못한다. AI 덕분에 허점 없는 가짜 문자를 빠르고 싸게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 믿을 만한 질문은 하나뿐이다. 이 문자가 요구하는 일을, 이 링크를 누르지 않고도 할 수 있는가? 할 수 있다면 직접 찾은 공식 경로로 처리한다. 할 수 없다면 하지 않는다.
자세히 봐도 이제는 진짜와 가짜를 가릴 수 없다
2026년 6월, Google은 자신들이 “Outsider Enterprise"라고 부르는 사이버 범죄 조직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다. Google에 따르면 이 조직은 “피싱 키트"를 다른 사기범들에게 팔았다. 피싱 키트는 가짜 사이트 제작, 문자 대량 발송, 계정 비밀번호와 신용카드 정보 수집을 한데 묶은 도구 꾸러미다. Google은 이 조직과 연결된 가짜 사이트가 약 9,000개, 사기 URL이 100만 개가 넘으며, 2026년 5월의 단 2주 동안 사기 링크가 담긴 문자 250만 건을 Android 사용자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TechCrunch 보도에 따르면, 주당 88달러부터 쓸 수 있는 이 키트로 Google 자체 AI 모델인 Gemini를 포함한 AI 플랫폼을 이용해 가짜 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다.
이 숫자들이 보여 주는 것은 규모와 비용이다. 그럴듯한 공식 사이트 가짜를 만들려면 예전에는 기술을 아는 사람이 시간을 들여야 했다. 지금은 키트를 사서 AI에 맡기면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가짜 문자마다 매끄럽고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면 “허점이 있는지 자세히 본다"는 방법으로는 부족하다. 흠잡을 데 없는 문자도 가짜일 수 있다.
“공식 번호"조차 가짜일 수 있다
대만에는 더 직접적인 사례가 있다. 대만 디지털발전부는 정부 전용 문자 단축번호 “111"을 도입했다. 원래 설계는 정부 기관만 111로 문자를 보낼 수 있게 해서, 111에서 온 문자라면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디지털발전부는 2025년 6월, 사기 조직이 2G 기지국을 불법으로 이용해 더 강한 신호로 정상 기지국을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정부를 사칭한 111 문자를 보냈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디지털발전부는 제도를 강화했다. 정부 문자 맨 앞에 받는 사람의 휴대폰 번호 끝 세 자리와 보낸 기관의 이름을 넣어, “발신 번호, 휴대폰 번호 끝 세 자리, 기관명” 세 가지를 함께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이 강화 조치는 쓸모가 있다. 동시에 한 가지를 보여 준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은 무엇이든 흉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번호는 위장할 수 있고, 주소는 비슷하게 만들 수 있으며, 말투도 따라 할 수 있다. 사기범이 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이야기를 완전히 믿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바쁘고 가장 귀찮은 몇 초 사이에, 자신들이 깔아 둔 길을 그대로 따라오게 하는 것이다. 링크를 누르고, 정보를 입력하고, 일회용 인증번호를 넣게 하는 것.
그러니 누가 더 자세히 보는지 사기범과 겨루기보다, 그들이 깔아 둔 길에서 아예 내려오는 편이 낫다.
질문 하나, 결과 셋
무언가를 “처리해 달라"는 문자를 받으면, 먼저 요구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찾는다. 주소 보완, 요금 납부, 계정 확인을 위한 로그인, 카드 정보 갱신. 그리고 묻는다. 이 행동을 이 문자 속 링크를 쓰지 않고 할 수 있는가?
- 할 수 있고, 공식 경로에서도 같은 일이 확인된다. 택배 회사나 카드 회사 앱을 직접 열거나, 원래 알고 있던 주소를 브라우저에 입력해서 정말 처리할 일이 있는지 확인한다. 있으면 거기서 처리하고, 문자는 그냥 지우면 된다.
- 할 수 있지만, 공식 경로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앱에 그 택배가 없고 청구서에 그 미납 내역이 없다면, 문자가 처리하라고 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응하지 않고, 답장도 하지 않는다.
- 할 수 없다. 이 링크로만 가능하다. 정상적인 기관은 중요한 일을 문자 한 통으로만 들어갈 수 있게 만들지 않는다. 이것 자체가 가장 뚜렷한 경고 신호다.
이 규칙의 한계는 “공식 경로"가 어디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휴대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에게는 직접 앱을 열어 확인하는 일이 링크를 누르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 현실적인 대안은 공식 경로를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런 문자가 오면 먼저 특정 가족에게 전달하기로 약속해 두거나, 사기 상담 창구(대만이라면 165)에 전화해 묻는다. 핵심은 같다. 문자 속 링크에서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문자를 AI에 붙여 넣고 사기인지 판단해 달라는 사람도 있다. 흔한 수법을 알아보는 보조 수단으로는 쓸 수 있지만, 그 택배나 청구가 실제로 있는지는 AI가 대신 확인해 줄 수 없다. 결국 공식 경로로 확인해야 한다. 붙여 넣기 전에 이름, 전화번호, 주소, 인증번호는 가려 둬야 한다.
이미 눌렀거나 입력했다면: 멈추고, 증거를 남기고, 그다음에 처리한다
자신이나 가족이 이미 링크를 열었더라도 먼저 자책할 필요는 없다. 빨리 막을수록 피해는 작다. 순서가 중요하다.
- 멈춘다. 더는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는다. 상대의 지시에 따라 앱을 설치하거나, 원격 제어를 허용하거나, 인증번호를 알려 주거나, 송금하지 않는다.
- 증거를 남긴다. 문자, 주소, 정보를 입력한 페이지를 캡처해 두고, 무엇을 입력했는지 적어 둔다.
- 그다음에 처리한다. 카드 정보를 입력했다면 곧바로 카드 뒷면의 고객센터 번호로 전화해 정지한다. 비밀번호를 입력했다면 공식 앱이나 사이트에서 비밀번호를 바꾸고 다른 기기에서 로그아웃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지역의 사기 상담 창구(대만이라면 165)에 전화한다.
회사 계정, 고객 데이터, 회사 카드가 관련된 일이라면 계정을 정지하고 은행에 연락할 수 있는 사람에게 바로 알린다. 개인 단체 대화방에서 이야기만 하고 끝내지 않는다.
다음에 “링크를 눌러 처리하라"는 문자가 오면 잠깐 멈추고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자. 이 일을 링크를 누르지 않고도 할 수 있는가? 오늘 가족과 한마디를 정해 두는 것도 좋다. “문자 속 링크는 누르지 않는다. 처리할 일이 있으면 직접 앱을 열어 확인한다.”
회사에서 AI 도구 도입을 맡고 있다면, 같은 생각은 다른 종류의 사기에도 적용된다. AI가 아는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긴급 전화다. 아는 사람의 긴급 전화, 목소리만으로 진짜인지 판단하지 않는다을 참고할 만하다. AI 리서치 보고서에 달린 출처 링크도 겉모습만 보고 믿을 수 없다. AI 리서치 보고서에 붙은 출처는 어디서 읽었는지 보여 줄 뿐, 그것이 사실이라고 보여 주지 않는다도 참고하자.
AI 정리 카드
의심스러운 문자 대응을 AI와 함께 점검하기 이 프롬프트는 AI에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정하게 하지 않는다. 문자가 요구하는 행동과, 링크를 누르지 않고도 그 일을 할 수 있는 공식 경로를 함께 찾아 달라고 한다.
의심스러운 문자를 받아서 이 글의 방법대로 처리하고 싶다: https://boosterminiclass.com/ko/posts/ai-scam-text-message-triage-checklist/
글의 판단 방법은 문자가 진짜처럼 보이는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문자가 요구하는 일을 이 링크를 누르지 않고도 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문자 내용은 맨 끝에 붙여 두었고, 이름, 전화번호, 주소, 인증번호는 이미 가렸다. 시작하기 전에 나에게 질문 2개를 해 달라:
1. 내가 최근에 정말 이 기관과 거래한 일이 있는가(예: 정말 택배를 기다리고 있다, 정말 이 카드를 가지고 있다);
2. 내 휴대폰에 이 기관의 공식 앱이 있는가, 또는 공식 사이트 주소와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가.
내 답을 바탕으로 다음을 출력해 달라:
- 이 문자가 나에게 요구하는 구체적인 행동;
- 문자 속 링크를 쓰지 않고 공식 경로로 같은 일을 처리하는 단계;
- 공식 경로에서 같은 일이 확인되지 않으면, 이 문자에 응하지 말라고 분명히 알려 줄 것;
- 이미 링크를 눌렀거나 정보를 입력했다면, "멈추고, 증거를 남기고, 그다음에 처리한다"의 순서로 지금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사기 상담 창구에 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알려 줄 것.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로 끝내지 말 것. 나에게 개인 정보를 모두 달라고 하지 말 것.
AI의 제안은 단계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그 택배나 청구가 정말 있는지는 반드시 공식 경로로 확인해야 한다.
참고 자료
- Google The Keyword: How we’re combatting AI scams with security, legislation and more — https://blog.google/innovation-and-ai/technology/safety-security/combatting-ai-scams/ (2026-06-12)
- TechCrunch: Chinese cybercrime operation that used AI to scam ‘hundreds of thousands of victims’ sued by Google — https://techcrunch.com/2026/06/12/chinese-cybercrime-operation-that-used-ai-to-scam-hundreds-of-thousands-of-victims-sued-by-google/ (2026-06-12)
- 대만 디지털발전부: 政府111簡訊防詐再升級 新增手機末三碼、機關具名辨識標記 — https://moda.gov.tw/press/press-releases/16458 (2025-06-17)



